전승민 평론가의 <비평이라는 장르의 퀴어한 전복>, 윤은성 시인의 <1990년대 여성 시인 시 전집 읽기> 📢 신여성 7월 소식! 전승민 평론가의 <비평이라는 장르의 퀴어한 전복> 세미나, 윤은성 시인의 <1990년대 여성 시인(이연주 · 박서원) 시전집 읽기>, 신여성 친구 잰이 뜬장의 개들을 돌보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작은 낭독회, 온라인 소리내어 글쓰기 등이 열립니다. 정기멤버십을 신청하시면 신여성을 작업 공간으로 이용하실 수도 있어요. 7월에도 신여성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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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은 어떻게 퀴어할 수 있을까요?
비평, 하면 아마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종의 형식과 분량이 있을 것입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바로 그 비평의 스테레오타입을 부수는 새로운 몸의 비평들을 책으로 만나고자 합니다.
논픽션과 그래픽노블 그리고 에세이라는 장르를 통과하는 ‘비평’을 통해 무엇이 비평을 비로소 비평으로 가능하게 하는지에 관한 메타적인 탐색을 경험해봅니다. 마지막 주차에는 앞서 읽은 세 권의 ‘비평’을 토대로 자유로운 주제와 형식의 글(비평문이어도 좋고 시나 소설, 또는 에세이 등의 형식도 무방합니다!)로 작성해 나누어 읽고 즐겁게 토론해봅니다.
— 전승민
[커리큘럼] 1. 논픽션으로 비평하기: 매기 넬슨 『아르고호의 선원들』 2. 그래픽노블로 비평하기: 앨리슨 벡델 『당신 엄마 맞아?』 3. 에세이로 비평하기: 클레어 데더러 『괴물들』 4. ‘여성/퀴어/비평/장르’ 등의 주제로 자유로운 주제와 형식의 글 작성 후 합평 및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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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이제 / 음탕한 매음굴의 현란한 등불,” (이연주) “그래, 더 큰 고통을 가지고 와.”(박서원)
12.3 이후 광장의 시간을 통과하고 대선을 치르면서, 우리는 이 시대의 지배문화가 무엇인지에 관해 보다 섬세하게 살피고 대응해야 함을 배우고 있습니다. 타자로 규정된 자리에서 지배 문화에 대한 저항 의지를 드러낸다는 것, 그것은 극심한 고통과 혼란을 통과하는 것이기도 할 것인데요. 1990년대는 한국 여성시가 대두된 것으로 평가되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의 이연주, 박서원 시인의 시를 읽으며 타자로서의 여성이 혼란스러운 자아를 시를 통해 드러내기를 택하며 남성적 지배문화에 전복적으로 대응하고자 한 양상을 살펴봅니다.
이연주 시인은 혐오의 대상으로 낙인 찍힐 비천하고 고통스러운 여성-몸의 자리에서 비탄스러운 여성 존재에 관해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사회 체제를 점검케 하는 전복성을 아프고 처절하게 획득해 내고야 맙니다. 박서원 시인은 지배적 질서 하에서 '사랑' 받음을 향한 욕망을 덜어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솔직한 결핍의 심정을 드러내며 지배적 맥락을 짐작케 합니다. 차라리 '부도덕함'과 신체적 병환 상태를 적극적으로 가시화해 '비정상'적인 정체성을 끌어안는 고통의 춤을 춘다고 할 법합니다. 이들이 배제된 온몸으로, 온 존재로 겪었을 참담과 혼란, 그리고 체제에 대한 반어적 어법으로 나타나는 존재 양상을 살펴보고 감상을 나눠 보아요.
어떤 혼란은 차라리 문제 상황에 대응하는 각별한 전략으로 이해되기도 합니다. 사후적인 해석일지라도, 지금 이곳의 우리는 우리를 비천한 상태로 살게 하는 이 생이 어떻게 조건지어져 있는지를, 국가와 공동체와 '대의'는 어떻게 배제를 은폐하는지를 1990년대 두 소중한 여성 시인들의 시 작품으로부터 연결해 이야기 나눠봅시다.
— 윤은성
* 총 4회로 꾸려진 프로그램입니다. 개별 회차 신청 가능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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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는 어디서 베였는지 모를 상처가 나 있고 옷에는 덤불의 가시가 박힌 채로 돌봄을 마치고 차를 타고 집에 오는 길. 이건 내게 어떤 혜택을 주나. 돈도 안 되고 몸은 고생하고 덤불을 뽑다가 손이 흉해지는 이 일이 너무 쓸모가 없어서 서러웠다. 덤불을 뽑을 때마다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개들이 생각나 서러웠다."
뜬장에 갇힌 하얀 진도 믹스 개들을 우연히 보게 된 이후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되고 싶지 않았던 구조자가 되어 경험한 것을 쓴 글입니다. 저는 시보호소에 있던 오총사를 보러 간 날, 차갑고 깨끗한 타일 위에 갇힌, 인간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약물 죽임당할 존재들을 만나게 됩니다. 제게 생사여탈권이 있었던 그 괴로운 경험이 글을 쓰게 만들었습니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 채 무력으로 소리 없이 죽게 될 눈빛을 직접 목격하고 나니 재현의 윤리고 뭐고 모르겠고 무작정 외치고 싶었습니다. 죽음이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일 수 있냐고요.
오총사를 돌보면서도 의문은 계속됐습니다. 왜 돌보는 일은 사회에서 아무런 가치가 없고, 착취하고 죽이는 일이 돈이 되는 것인지, 수많은 죽음과 대비되는 돌봄에 대한 무관심이 내 일이 되자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러나 현실에 분노하고, 인간에 환멸을 느끼고, 언제 입양을 갈 수 있을지 모르는 불안한 마음에 압도되어 오총사를 야산에 풀어버리는 상상을 하다가도 지금 제 옆에서 함께 해주는 동료들, 얼굴도 모르는데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랑과 용기로 가득 차버렸습니다. 어쩌다 구조자가 되어 오랫동안 피하고 싶었던 수많은 동물의 죽음을 마주하고 아무리 해도 수많은 죽음이 계속될 거라는 현실에 무력함을 느끼다가도 보담이가 풀의 냄새를 바쁘게 맡으며 땅을 걸을 때 ‘지금 현재 살아있음’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됩니다.
수많은 죽음 안에서도 마냥 슬프지만은 않은, 버거운 돌봄 중에도 불쑥 튀어나오는 생기와 웃음이 나는 순간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
— 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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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소리내어 글쓰기 : 원하지 않는 선물 (배윤민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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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성은 어떤 곳인가요?
여성과 다양한 소수자를 환영하는 작업실입니다. 주로 글 쓰는 분들이 이용하는 곳이지만, 주변 사람을 방해하지 않고 책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OK!
- 반려동물과 함께 오실 수 있습니다.
- 원두 커피와 여러 종류의 차가 제공되며, 음식을 가져와서 드실 수 있습니다. - 편의 물품: 사물함(무료 제공), 냉장고, 정수기, 커피머신, 전자레인지, 전기주전자, 가습기, 의약품, 슬리퍼, 독서대, 무중력체어 등
- 일일 멤버십: 12,000원
- 주간 멤버십 (1주): 45,000원
- 24시간 멤버십 (1주): 55,000원
- 주간 멤버십 (4주): 115,000원
- 24시간 멤버십 (4주): 165,000원
- 고정석 멤버십 (4주, 24시간): 210,000원
등록하기 전에 보러 오셔도 좋습니다. 신여성 카카오톡 new-woman 또는 이메일 newwoman201@gmail.com 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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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성 친구들의 글
신여성 <치명적 에세이 쓰기 9기>에 함께하셨던 분들의 글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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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슬픔은 우리의 사랑 (유자)
내가 나에게 처음으로 ‘덩어리’라는 말을 갖다 붙인 것은 동양인이라곤 나와 애인밖에 없던 라스베가스에서 인종차별을 겪었을 때다. 여자친구와 쇼핑몰을 걷고 있었다. “사람들이 다 너 예뻐서 쳐다봐.”라는 여자 친구의 말에 사람들을 쳐다보니 그의 말대로 다들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활짝 웃거나 살짝 미소를 띤 채. 그 동네 사람들의 미감에 내 생김새가 부합했던 것일까, 상점의 점원들이 나에게 다가와 “You’re beautiful!(아름다워!)”이라고 하거나, 길을 걸으면 그렇게 소리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떤 남자는 나에게 다가와 친구 하자며 번호를 물었다. 번호를 주지 않겠다고 하자 옆이 애인이냐며, 그럼 쓰리썸하면 되지 않냐고 하길래 양남의 빻음은 급이 다르다고 생각하며 자리를 떴다. 뒤늦게 그 말을 이해한 여자친구는 재밌겠는데 왜 거절했냐며, 이런 시선을 받는 내가 자랑스럽다는 듯 나의 엉덩이를 꽉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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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도와 아저씨: 이해의 카운터에서 (햄주)
한 중년 남성이 두개의 페니반*을 들고 내게 다가왔다. (*페니반: 몸에 착용해 사용하는 딜도형 섹스토이) 어느 것이 더 나은 걸까요 머뭇거리며 묻는 그가 반가웠다. 우리는 매장의 모든 기구나 제품뿐만 아니라 성에 대한 지식을 고루 갖추어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가 들고 온 페니반은 나에게 직업 이상으로 친밀한 도구였기에, 그리고 경험적 지식을 공유해 줄 생각에 반가움을 숨길 수 없었다. 한눈에 봐도 그는 ‘주인님’을 위한 물건을 찾는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다. 이런 건 일을 오래 하다 보면 그냥 보이는 것 중 하나이다. 나는 그에게 페니반을 처음 사용하는 것인지, 파트너는 이전에 딜도를 사용해 보신 적이 있는지 등을 조심스레 물었다. 그에게는 합쳐진 일체형 페니반보다는, 하네스와 딜도를 따로 사용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파트너분은 다행히 딜도 자체의 경험이 있었고, 그 제품을 기반으로 알맞은 사이즈의 수동 딜도를 추천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하네스인데. 애초에 남성이 나 플러스 사이즈를 수용할 만한 하네스의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애석한 부분이다. 그래도 사용해 봤던 하네스 중 길이 조절이 유연해 다양한 사이즈를 수용할 수 있는 제품이 있어, 그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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