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이 지나고, 다시 소식 전합니다. 3월 동안 신여성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읽고 쓰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그 시간을 정리해서 전하고, 다음 달에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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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내어 글쓰기 : 아름답지 않은 이야기 (배윤민정) 📍 치명적 에세이 쓰기 15기 (배윤민정) 📍 죽고 싶을 때 읽는 시 (윤은성) 📍 자기 찍기, 쓰기 2기 (홍지영) 📍 주디스 버틀러 '젠더' 읽기 (희음) 📍 작업 모임 📍 잃어버린 집중력을 찾아서 모임 📍 신여성 멤버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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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는 다시 전쟁의 언어로 가득합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과 레바논을 향한 침략 전쟁을 무참히 밀어붙이고, 휴전이 선언된 가자지구에서도 이스라엘군에 의한 폭격과 살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전쟁은 감시와 데이터, 자율살상무기의 고도 기술을 통해 정밀한 폭격을 가한다 하지만, 그것이 남기는 현실은 늘 같습니다. 파괴된 집과 학교, 병원과 난민 캠프. 그 잔해 속에 묻힌 어린이과 여성, 아픈 사람들의 몸.
이런 시기에 되풀이되는 또 한 현상이 있습니다. 세계가 위기와 불안 속으로 밀려 들어갈 때, 어떤 몸은 더 쉽게 ‘문제의 몸’으로 지목되는 일. 사회가 감당하지 못하는 불안과 분노가, 보다 취약한 존재 쪽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일. 퀴어와 트랜스젠더, 이주민, 빈곤층, 인종적 소수자들이 그들입니다.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에 관한 사유는 그의 초기 저작 『젠더 트러블』에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는 우리가 자연적 사실로 믿어온 ‘성별’과 ‘젠더’의 안정성이 사실은 반복되는 규범과 수행 속에서 만들어진 효과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화두는 페미니즘과 퀴어 이론 전반에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동시에 하나의 질문을 남겼습니다. 그렇다면 몸은 어디에 있는가.
이번 세미나에서 다룰 『중요한 몸』은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버틀러의 응답입니다. 사회는 모든 몸을 같은 방식으로 읽지 않습니다. 어떤 몸이 정상적이고 식별 가능한 것으로 승인될 때, 다른 몸들은 말해질 수 없는 영역으로 밀려납니다. 버틀러는 이 배제된 영역에 대해, 정상성 자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경계로 이해합니다. 몸은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규범과 권력이 반복적으로 작동하는 과정 속에서 물질화되며 중요해진다는 점, 어떤 몸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가는 생물학이 아니라 정치의 문제라는 점을 짚습니다.
한편 『누가 젠더를 두려워하랴』에서 버틀러는 오늘날 확산되는 ‘젠더 공포 정치’를 분석합니다. 극우 정치와 권위주의, 종교적 보수주의는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하나의 공통된 적을 만들어냅니다. 바로 ‘젠더’입니다. 젠더가 가족과 사회 질서를 파괴한다는 이 서사는 사실 사회적 불안과 분노를 다른 대상에게 전가하는 정치적 장치라는 것이 버틀러의 진단입니다. 젠더를 둘러싼 논쟁은 그것은 누가 사회 속에서 살 수 있는 존재로 인정되는가 하는 질문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묻게 됩니다. 지금 이 시대에 젠더를 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번 세미나에서는 이 질문을 기억하며 『젠더 트러블』에서 시작된 문제의식이 『중요한 몸』을 거쳐 『누가 젠더를 두려워하랴』로 이어지는 흐름을 따라가보고, 전쟁과 위기의 시대에 왜 혐오와 배제가 강화되는지, 어떤 몸들이 계속해서 보이지 않는 존재로 밀려나는지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버틀러의 텍스트는 쉽게 읽히지 않습니다. 문장은 널뛰고, 그의 논증은 여러 철학적 전통을 가로지릅니다. 그렇기에 함께 읽기를 제안합니다. 서로의 질문과 이해를 나누는 동안, 글쓰기를 포함한 몸의 실천과 일상의 정치를 새롭게 지어나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 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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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미나는 ‘위로받기 위한 독서 모임’이 아닙니다. ‘죽고 싶음’, 그리고 ‘죽음’. 너무 어렵게 고백되거나 가볍게 휘발되기도 하는 이 말들 앞에 서 보았습니다. 시는 이 말을 끝까지 밀고 가지도, 함부로 회수하지도 않는 언어일 것도 같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살아야 한다는 명령도, 죽고 싶다는 고백도 잠시 내려놓고, 그 사이에서 시가 어떻게 숨 쉬는지를 읽어보려 합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시가 삶을 붙잡는 방식을, 또는 삶을 버텨내는 것으로 일관하지만은 않아도 되게 하는 방식을 나눠보고, 나아가 나의 문장을 남겨보면 어떨까요.
죽음이라는 키워드의 외연은 넓은데, 이 세미나에서는 생을 마주하는 데에 초점을 두려고 해요. 시를 감상하면서, 또 시에서 나아가 우리의 이야기를 꾹꾹 문장으로도 남겨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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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 에세이 쓰기>는 쓰고 싶지만 쓰기 힘든 이야기, 글로 쓰는 순간 평가와 비난의 대상이 될까 봐 두려운 이야기, 나를 치명적으로 흔들고 지나간 삶의 경험에 대해 에세이를 쓰는 모임입니다. '과연 내가 어디까지 솔직하게, 과감하게, 집요하게 쓸 수 있을까?' 고민하는 분들은 함께해요. 세상의 통념으로부터 더 멀리 나아가는 글을 지향합니다. 괴팍하고 삐뚤어진 글쓰기에 목마른 분들, 에세이 쓰기의 갈등과 힘겨움을 나눌 수 있는 동료를 만나고 싶은 분들을 기다립니다.
* 화요반은 '매주' 금요반은 '격주'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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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크루 (배윤민정)
청소년기에 가출한 다음에 내가 자주 머물렀던 공간은 계단이다. 번호키가 없는 아파트, 혹은 번호키가 있어도 낮엔 문을 열어놓은 아파트가 주로 내가 찾는 곳이었다. 아파트 꼭대기층에서 한 층 더 올라가면 옥상이 나오기 마련인데, 이렇게 옥상으로 연결되는 계단엔 오가는 사람이 드물었다. 달리 가야할 장소도 없고, 돈이 들지도 않았기 때문에 나는 계단과 계단 사이, 사람 한 명이 쭈그리고 누울 수 있을 만한 공간에 신문지를 깔고 쪽잠을 잤다. 잠이 오지 않으면 멍하니 눈만 깜빡였다.
21세기가 막 시작될 무렵이었다. 핸드폰으로 통화나 메시지는 주고 보내도, 인터넷은 할 수 없던 시절이라서 달리 시간을 떼울 거리가 없었다. 설령 스마트폰을 쓸 수 있었다고 해도 데이터가 아까워서 웹서핑을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때 나는 핸드폰의 통화 시간이나 문자메시지를 최대한 아끼려 했다.
집이 없다는 건 여분이 없다는 의미다. 지금 당장 내가 걸친 것, 내 가방 속에 있는 것 외에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없다. 내 것을 보관해놓은 장소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도 나는 집 없이 사는 법을 빠르게 습득해갔다. 나에게 주어진 것은 최대한 천천히 소모하고, 뜻밖에 주어지는 기회는 최대한 활용해야 잘 살 수 있었다. 예컨대 조건만남으로 만난 사람이 밥을 사주면 배가 터질 것 같아도 두 끼 정도는 한꺼번에 먹어두기. 모텔에서 밤을 보내게 되면 아무리 귀찮아도 속옷을 세탁하고 드라이기로 말려서 입기.
아파트 계단은 서늘하고 고요했다. 낯선 아파트의 계단에 누워 있으면 완전히 혼자라는 기분이 들었다. 그건 마냥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누군가 갑자기 옥상쪽 계단으로 올라올까봐 완전히 마음을 놓고 있진 않았지만, 그래도 원가족과 함께 살던 집에서 보낸 시간에 비하면 마음이 편한 상태였다. 언제 가족들의 비난과 구타가 시작될지 두려워서 마음을 졸이고 있던 상태에 피하면 천국 같은 평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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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여성은 어떤 곳인가요?
신여성은 여성과 다양한 소수자의 글쓰기와 만남이 이루어지는 장소입니다. 낮에는 공유 작업실, 밤에는 문화예술 프로그램 공간으로 운영됩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오실 수 있습니다.
🏠 신여성 위치는 어디인가요?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 178 B102호 (홍대입구역 6번 출구 근처 / 주차장 이용 불가, 대중교통을 이용해주세요)
📌 신여성 멤버십을 신청하시면...
✔ 5주간 작업실 자유 이용
평일 오전 7시~오후 7시, 토·일요일 24시간 이용 가능합니다. 글쓰기, 독서 등 책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좋습니다.
✔ 매주 2회 <작업 모임>에 함께하실 수 있습니다
(매주 화, 목요일 오후 2시~5:30) : 한 테이블에 모여서 각자 할 일을 묵묵히 이어갑니다. 같이 앉아 있기만 해도 집중하기가 한결 수월해지고, 혼자였다면 포기했을 일을 끝까지 붙잡게 됩니다.
✔ 매주 1회 <잃어버린 집중력을 찾아서>에 함께하실 수 있습니다
(매주 일요일 오후 2시~5:30) : 인터넷 없이 독서와 창작에 몰두하는 모임입니다. 참여자들은 모임 시작하기 전에 스마트폰을 제출합니다.
※ 모든 모임은 가능한 날에 참여하시면 되며, 매주 참석이 필수는 아닙니다.
✔ 커피·차 무료 제공
✔ 개인 사물함 무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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