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여성 3월 소식! <돌봄 윤리-동물 돌봄과 연결해서 상상하기> 세미나, 『여자는 울지 않는다』 희곡 낭독 모임, 겨울 방학을 끝내고 돌아온 소설로 OO하기 12기, 시로 눈물을 탐구하기, 치명적 에세이 쓰기 8기가 시작됩니다. 3월 동안 특가로 주말 멤버십을 이용하실 수도 있어요. 3월에도 신여성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요!
“모두가 원하지만 아무도 하고 싶지 않은” 돌봄에 대한 필요가 쏟아지는 세상. “미루어두고 잊어버린 부채처럼 거대하게 불어나 우리에게 거대한 질문을 던지”는 돌봄. 돌봄은 무엇이고, 왜 아무도 돌보려 하지 않을까요? 이러한 모순적인 상황에서 돌봄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며, ‘좋은 돌봄’이란 무엇일까요? 돌봄 윤리를 동물 돌봄에도 연결할 수 있을까요?개인의 ‘천사같은’ 행동이나 불필요한 것으로 여겨지는 동물 돌봄과 고립된 실천 속에서 지친 이들. 동물에 ‘좋은 돌봄’으로 연대할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해봅시다. 비현실적인 상상으로 함께 해요.
『돌봄의 역설』 (김준혁) , 『악어의 눈』 (발 플럼우드) 두 권의 책을 기반으로 돌봄 윤리를 동물 돌봄에 적용하기 위한 우리의 상상을 열어가고자 합니다. 책을 완독하지 않아도 됩니다. 각 회차에서 참고하게 될 장을 표시해 두었습니다.
이야기는 고립 속에서 태어나지 않습니다. 고립된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에도, 온갖 종류의 드나듦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골똘한 마음으로 읽어줄 때, 시는 비로소 시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들 사이를 오가는 시의 생명력을 만끽하는 시간을 나누고자 합니다. 눈을 맞추고 목소리를 더하며 시를 읽는 시간 속에서 당신의 이야기에도 생기가 깃들 것이라 믿습니다.
시시始詩하기 이번 기수 주제는 '시로 눈물을 탐구하기'입니다. 눈물은 심해 같아서, 누군가의 눈물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일종의 자맥질 같습니다. 눈물 속으로 잠겨 들어가 눈물의 맛을 보고, 다시 떠올라서는 어쩐지 다르게 느껴지는 풍경을 만나는 일.
시를 통해 타인의 눈물에 기꺼이 젖어보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단순한 맞장구나 동정 대신 목소리를, 목소리의 존재 방식을 궁금해하는 마음으로 시를 읽어봅시다. 눈물에는 점성이 있어 살과 살을 맞붙게 합니다. 잠시나마 그렇게 맞닿는 경험을 나누고 싶습니다. 타인의 눈물에 닿으려는 시도와 노력이 나의 눈물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으로 우리를 이끌어주리라 믿으면서요.
신여성 글쓰기 워크숍 <소리내어 글쓰기 : 사랑을 말하기까지>, <섹슈얼리티 아닌 섹슈얼리티 쓰기>, <치명적 에세이 쓰기 7기>에 참여하신 분들의 글입니다.
크리스마스의 어떤 사랑 (잰)
“숯댕이와 산책하다 이 개들을 발견했어요.”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 산 아래 묶여사는 숯댕이를 산책시키고 자유로운 개 앵두를 돌보는 사람들이 모인 단톡방에 뜬 사진. 밥그릇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가득했고 하얀 개들이 줄지어 너덧명이 뜬장에 갇혀 있었다.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낮고 한발자국도 걸을 수 없는 좁은 철장 한 칸에 한명씩 개들이 있었다.
숯댕이는 지금은 죽고 없는 순돌이의 자리에 살고 있는 개다. 순돌이는 갈색과 검정색줄이 호랑이 무늬처럼 나있는 멋진 개였다. 이미터정도 되는 쇠줄에 묶여있었고 주변에는 인간이 먹다남은 뼈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길을 걷다가 그냥 지나치기 어려워 신선한 고기를 챙겨 주고 주인에게 허락을 받아 겨우 한 달에 한 번 순돌이 산책을 해주었다. 줄을 잡고 산으로 가면 날 듯이 뛰던 순돌. 아마 아기 때 이후로 처음 맡아보는 흙의 냄새였을 것이다. 순돌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한 번도 그곳을 찾지 않았다. 내가 다가가면 반가움에 목줄의 길이만큼 한껏 뛰어오르던 순돌이가 생각날 것 같아 가지 않았다.
9일 간의 긴 설 연휴가 끝났고, 출근 생활이 다시 시작되었다. 9일 동안 떨어져 있다가 돌아가면 사무실이 아주 낯설어 보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어제도 왔던 것 같았고, 사무실 분위기는 최근에 그랬던 것처럼 기본적으로 조용했다. 회사 사업과 연관된 외부 결정이 갑자기 내려져서 어떻게 대응할지 팀원들과 메신저로 대화했고, 관련 공지사항을 수정하는 일이 나에게 맡겨졌다. 새로운 정보를 더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하느라 약간 긴장했지만, 퇴근 전까지는 어떻게 끝낼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 확인해보니 잘못된 것들이 눈에 보이는데… 내일 출근해서 수정하면 큰 문제는 없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서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저녁을 먹고 각종 집안일을 했다. 어제까지 이틀간 누워만 있으면서 배달 주문한 마라떡볶이가 남아서 데워 먹었다. 먹고 나서 남은 국물을 씻어 내려는데, 기름과 고추 잔해가 엄청 많아서 처리에 고생했다. 책상에 쌓인 컵들도 같이 씻고, 니트 세탁기에 돌리고 나서 잔뜩 남은 물기 털어 건조대에 널고, 일주일이나 안 한 방 청소를 하고, 씻고 나서 며칠 전에 다이소에서 새로 사본 리들샷도 얼굴에 발라보고(따끔따금), 검은 패딩 얼굴 닿는 곳 주변에 하얗게 변색된 부분을 주방세제로 씻었다. 데운 찜질팩 배에 얹어 놓고 요거트 아이스크림도 먹었다.